아래 글은 제가 2019년에 Scale 팀에 보낸 메모로, 많은 분들의 업무 방식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Scale 외부의 분들께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조직 효율이 떨어진다는 가장 흔히 인용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입니다. 팀이 커지면 소통에 드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비효율적이란 모델이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훨씬 더 중요한 원인이 ‘정보 압축(information compression)’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우리 모두는 정보 압축에 서투릅니다—그게 인간이기 때문이죠.
현실 세계는 복잡합니다. 거의 모든 사안에는 미묘한 뉘앙스, 엉뚱한 복잡성, 무작위성이 뒤얽혀 있습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런데 우리가 서로 소통할 때는 대개 몇 가지 핵심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합니다. A가 복잡한 아이디어를 B에게 전달하려 하면, 불가피하게 많은 세부를 생략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머릿속 복잡한 시스템 이미지를 사람의 언어나 그림으로 바꾸는 과정을 ‘정보 압축’이라 하고, B가 그 메시지를 해독하여 떠올리는 이미지를 ‘압축 해제(decompression)’라고 부릅니다.
아이디어는 매우 복잡한데, 인간 언어라는 좁은 문틈을 통과하면서 대부분 뉘앙스가 사라집니다.
이 과정이 성공할 리 만무합니다. 결국 B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원래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고, 그 잘못된 인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더 나쁘게는, B가 ‘문제를 풀었다’고 착각하며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이 비효율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초래하며, 대기업에서 특히 도드라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고,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거나 알아도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도 온전한 진실을 전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생략으로, 그리고 무의식 중에.
‘성공적인’ 압축이란 무엇일까요?
B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선의 경우 B는 “진짜로 중요한 것”을 파악합니다. 즉, 상황을 바꿀 결정적 요인(needle movers)을 알거나, 수학적으로 말하면 기울기(gradient)가 가장 가파른 방향(특징(feature))을 이해하는 것이죠.
신뢰할 수 있는 압축이 가능해지면, B는 문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도와주려는 대상’을 넓게 해석)에게도 똑같은 압축 오류가 발생합니다. 고객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은 그들이 압축한 ‘문제 진단’인데, 이 요청은 실제로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물은 거의 예외 없이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설령 기능을 구현했다 해도 최적의(가장 단순한) 솔루션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기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