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e vs. Lazy Thinking

매년 연말이면 지난 한 해의 주요 교훈을 정리해 팀에 공유하듯, 올해 초 저는 조직이 커질수록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을 Scale 팀에 메모로 보냈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거의 모든 대규모 조직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게으른 사고(lazy thinking)’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조직이 커지는 것은 성공 덕분이며, 성공한 회사는 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큰 조직이 무너지는 이유는 ‘잘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잘하는지 잊어버려서’입니다.

게으른 사고란 검증이 불가능하거나, 검증할 의지가 없어 그냥 믿어버리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신념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것입니다. 직관적이니까 맞을 거라 가정하거나, 자신의 기존 경로에 잘 들어맞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게으른 사고입니다.

예컨대, 어떤 소비재(CPG) 회사가 “소비자들이 모두 건강식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건강 제품 전용 브랜드를 출시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맞을지 몰라도, 실제 문제는 최신 세대 대상의 마케팅·브랜딩이 부진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린 해결책이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요.

게으른 사고의 증상은 만성적인 반복 실패입니다. 심지어 실패마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디게 됩니다.

이런 실패를 극복하는 해독제는 ‘능동적 사고(active thinking)’입니다.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지지하거나 반박할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하십시오. 질문을 던지고, 가정을 검증하며, 진짜 병목과 제약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만 잡음을 뚫고 실패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보가 왜곡·압축되어 전해지면(정보 압축 참조)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이 무한히 이어져 문제를 심화시킵니다.

의지만으로 실패를 물리칠 수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의지는 필수이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능동적 사고와 결합되지 않는 의지는 여전히 실패로 이어집니다. 엄격하지 않다면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실패 원인이 하나라고 간단히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이유가 얽혀 있습니다. 실패 원인 하나하나를 과학적으로 진단하지 않으면, 백 번을 다시 시도해도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과학은 능동적 사고이며, 종교는 게으른 사고입니다. 인류 발전 대부분이 과학적 방법론 덕분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게으른 사고는 당신을 틀리게 만들고, 능동적 사고는 맞게 이끌어 줍니다.

게으른 사고의 전형적 유형

조직에는 게으른 사고를 부추기는 여러 ‘지팡이(crutch)’들이 있습니다. Scale에서는 이러한 조직 ‘물리학의 잔재(physics artifacts)’와 끊임없이 싸워야 합니다.

  1. ‘착한 말투(nice syndrome)’

    대규모 그룹일수록 사람들은 예의를 차립니다. 예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사안에서 다른 사람의 모호한 주장을 ‘무례할까 봐’ 지적하지 않는 건 게으른 사고입니다. 핵심 사안에 대해선 정확성과 검증 가능성을 요구하고, 오류가 있으면 반드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사소한 잘못을 매번 지적하라는 뜻은 아니며, 중요한 아이디어에 대한 게으른 사고만큼은 치명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2. ‘철학자 증후군(philosopher syndrome)’

    조직이 커지면 기능이 분리되고, 각자가 결과 데이터에서 격리되어 ‘데이터 없는 합리적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는 곧 게으른 사고로 이어집니다. 능동적 사고의 핵심은 레이 달리오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루라”는 신조입니다. 항상 지표를 이해하고, 현실을 파악하며, 스스로를 변화에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3. ‘누군가는 생각하고 있을 거야’

    ‘더 똑똑하거나 집중된 누군가가 알아서 고민하겠지’라는 안일한 신뢰는 ‘commons의 비극’을 낳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도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독립적이고 비판적 사고의 가치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모든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 떠맡고 있을 거라는 가정은 매우 위험합니다.

  4. ‘추상화 계층의 순수성 믿기’

    대부분의 시스템 다이어그램이나 상태 기계는 세상을 단순화하여 ‘깨끗한’ 보기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고 예외가 수없이 존재합니다. 머릿속 모델에서 추상화 계층의 순수성을 믿고 블랙박스를 신뢰하는 건 게으른 사고입니다. 블랙박스가 언젠가 실패할 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5. ‘소폭 개량증분주의(incrementalism)’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기 쉽습니다. 기술에서는 제품의 역량을 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진보가 일어납니다. 소폭 개량만으로 주로 기여할 때, 중간 수준에 머물러 버리기 쉽습니다. 물론 작은 변화도 필요하지만, 큰 도약 없이는 도태되기 십상입니다.